25년 전 대학 입학해서 처음 도서관에 갔던 생각이 난다. 입구 안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나무 서랍장이 늘어서 있었고 서랍마다 장서 카드가 빼곡히 꽂혀 있었다. 주제별로 분류된 서랍에서 분류기호를 뒤져 서가에서 어렵사리 책을 찾았다. 필요한 자료는 복사하고 보고서는 손으로 써서 제출했다.
1학년 마치고 군대에 입대한 1994년은 공문서 작성 방법이 타자기에서 컴퓨터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다. 선임하사의 지시로 일과 후에 한 시간씩 타자기 자판을 익혔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타자기는 거의 쓰지 않고 한메한글이라는 워드프로세서로 모든 공문서를 작성했다.
복학하여 돌아온 도서관에는 서랍장 대신 검색용 컴퓨터가 늘어서 있었다. 집에서 다이얼업 모뎀으로 학교 전산망을 거쳐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고 전산실에서는 모자이크와 넷스케이프 같은 웹브라우저로 야후 검색을 이용할 수 있었다. 구글도 위키백과도 없던 시절이어서 대부분의 정보는 단행본과 연속간행물에서 얻어야 했다.
번역을 시작하면서 도서관 동문회원으로 가입했는데, 데이터베이스에서 학술논문을 검색하여 필요한 자료를 내려받는 것이 주 용도였다. 그러고보니 25년 동안 도서관과 정보 검색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대학을 졸업한 지 17년 만에 이 책을 번역하게 되었는데, 진작 알았으면 무척 유익했겠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개념과 도구의 상당수는 그때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정보 과부하’가 아니라 ‘정보 부족’이 문제이던 시절이었으니까.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도서관과 인터넷의 넘치는 정보는 축복이자 저주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 축복일 가능성이 좀 더 커질 것이다.
문헌정보학에 무지한 나의 질문에 답해준 박현주 화도진도서관 사서, 임윤희 나무연필 대표에게 감사한다. 이 책이 전국의 도서관 사서들과 학생, 교수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