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혁명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이지만, 혁명은 우리가 바라거나 예상하는 때에 일어나지 않는다. 혁명에는 인적·물적 조건이 필요하며 온갖 우연적 요소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시작된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는 일도 가시밭길이다. 대규모 유혈 사태만 빚고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혁명은 불안정한 사회에서 일어난다. 반란이나 파업이 일어나도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기존 질서를 회복하려 드는 ‘안정 평형’의 사회에서는 혁명의 조건이 혁명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엘리트 집단이 불만을 품고 민중이 통치자에게 불만을 품고 부글부글 끓는 ‘불안정 평형’의 사회에서는 작은 소란이 체제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불안정 평형의 필요충분 요소는 다섯 가지가 있지만(35쪽) 막상 이 요소들이 갖춰졌더라도 당시에는 그 사실을 알기 힘들다. 혁명이 일어난 뒤에야 사후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요소가 갖춰진 상황에서 다섯 가지 구조적 원인과 일시적 원인(41쪽)이 도화선에 불을 붙이면 혁명이 시작된다.
혁명의 1단계는 국가가 사회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 붕괴하는 것인데, 이는 중앙의 몰락과 주변의 약진이라는 두 가지 주요 패턴으로 진행되며(51쪽) 최근에 타협 혁명이라는 제3의 패턴이 등장했다(51쪽). 지도력도 혁명의 중요한 요소다. 선지자적 지도력과 조직가적 지도력이 혁명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혁명에는 막대한 희생이 따르기도 하지만, 혁명은 사회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고대의 혁명,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시대의 혁명, 입헌 혁명, 공산혁명, 독재자에게 저항한 혁명, 색깔 혁명, 2011년 아랍 혁명을 차례로 들여다보면서 알 수 있는 것은 정권이 부패하고 불의가 횡행하고 분배가 불평등하고 신분 상승의 희망이 사라지면 언젠가는 민중의 억눌린 욕구가 봇물 터지듯 분출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혁명에는 객관적 조건과 추진 동력이 필요하다. 혁명의 뜻을 품은 사람이든, 혁명의 기운을 억눌러 현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이든 이 책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혁명은 혁명 세력이 바라는 대로 진행되거나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불의한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여 분노를 행동으로 승화할 수 있는 저항의 서사를 엮어내고, 민중의 에너지를 더 나은 사회의 건설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는다면 혁명의 성공 사례를 또 하나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