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158쪽(이하 번역서 3쇄의 쪽수)에서 중국 사람들에게 증오의 대상이었던 도량형이 ‘Custom Ruler’와 ‘Custom Balance’라고 하셨는데 무엇을 일컫는지요? 이에 해당하는 중국어가 있습니까?
A. 중국어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한자를 쓸 수는 없지만 Yenming Zhang과 Guangming Qiu가 쓴 『A Concise History of Ancient Chinese weights and measure』에 “for the first time in Chinese history of measuringand weighing system, there appeared the ashamed 'measuring and weighingsystem for customs,' known as the so-called Custom Ruler and Custom Cheng.”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영어판은 185쪽입니다.
These ratios, hated by the Chinese, were known as the Custom Ruler and the Custom Balance. 이들 도량형은 ‘세관에서 쓰는 자海關尺’와 ‘세관에서 쓰는 저울關平秤’로 불렸으며 중국 사람들에게 증오의 대상이었다.
(처음에는 ‘custom’이 무슨 뜻인지 감을 잡지 못했는데, 저자가 해당 페이지(아래 사진)를 팩스로 보내주어서 중국어 표기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custom’이 세관을 일컫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Q1. 262쪽에서 점원이 가져온 ‘card’는 (목록을 써놓은) 종이 카탈로그인가요, (실제 상품이 들어 있는) 종이 상자인가요? ‘two fit’라는 구절은 점원이 아내분께서 실제로 브래지어를 입어봤다는 뜻인가요?
A2. ‘card’는 목록을 적은 종이였습니다. 아내가 선택하면 점원이 브래지어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니까 종이 상자가 아니라 인쇄된 목록이었습니다.
아내는 브래지어를 모두 착용해봤습니다. ‘two fit’라는 구절은 두 개만이 아내의 사이즈에 맞았다는 뜻입니다. 요즘은 (신체 치수를 재는) 스캐너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후보를 가려내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말귀를 알아듣는 점원보다 나을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Q2. 선생의 취지를 오해했네요. ‘one fabulously’는 반어적 표현이었군요.
A2.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fabulously’는 전혀 반어적이지 않습니다. 브래지어는 꼭 들어맞았습니다. 아내가 착용해본 최고의 브라였습니다. 반어적인 것은 첨단 기술을 이용한 3D 스캐너의 결과물인 인쇄 목록 중에서 어떤 것은 형편없고 어떤 것은 훌륭했다는 것입니다. 즉, 점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해야만 하는—수준이었습니다.
Q3. 첨단 3D 스캐너가 평범한 점원보다 나을 게 없다는 뜻이군요. 제 말이 맞는지요?
A3. 요점은,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브룩스브라더스에서는 스캐너를 네트워크에 통합했는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사람이 치수를 재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입니다. 아내가 간 빅토리아시크릿에서는 스캐너가 점원을 사실상 대체했으며 그 정도의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후보 목록을 제시했고, 그중 일부는 형편없었고 일부는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치수가 맞는지 알려면 전부 입어봐야 했죠. 기술이 얼마나 효과적인가는 사용하는 맥락에 따라 달라집니다.
She was then handed a card listing six off-the-shelf items, which the salesgirl dutifully brought to her. Two fit, one fabulously.
점원이 기성품 브래지어를 여섯 개 가져왔다. 사이즈가 맞는 것은 두 개였으며 하나는 딱 맞았다.[역주: 저자에게 물어보니 ‘첨단 3D 스캐너도 별 수 없었다’라는 뉘앙스라고 한다.]
Q. 267쪽에서 ‘street-racks’가 무엇인가요? 마첼라는 길거리에서 코트를 입어보았습니까? ‘hustlers’는 모델의 몸을 만지고 신체를 노출하라고 요구하는 사람을 뜻합니까?
A. 마첼라가 증오한 것은 삶이었습니다. 패션 산업의 그런 천박한 환경에서 일하는 분위가가 싫었던 거죠. 길거리에서는 삶이 빨리 돌아가고 값쌉니다. 바퀴 달린 옷걸이를 길거리에 끌고 다니며 옷을 팔죠. 단정하고 깨끗한 상점이 아니라요. 선생 나라에는 이런 싸구려 노점이 없습니까? 업계 내부에서는 모델을 시켜주는 대가로 끊임없이 잠자리를 요구받았습니다. 적어도 몸을 보여달라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선생 나라에서도 이런 착취가 이루어집니까? 이상하고도 흥미로운 점은 마첼라가 속옷 업계를 패션 산업의 여타 부문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hustler’는 자신이 대표하는 산업을 위해 전문가답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만 위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일종의 속어인데, 한국어에도 이에 해당하는 단어가 있을 겁니다.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 말입니다.
"Hated it," she said of having to dodge street-racks full of clothes outside and hustlers of all types inside.
“지긋지긋했어요.”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옷과 지분거리는 남자들이 그렇다는 얘기였다.
(‘hustler’를 저자의 설명대로 풀어 쓸 필요는 없다고 판단되어 그냥 ‘지분거리는 남자’로 옮겼다.)
Q. 275쪽에서 ‘begin’은 ‘being’의 오타 아닌가요?
A. 오 마이 갓! 선생께서는 이 오타를 처음 찾아낸 분입니다. 고맙습니다. ‘being’이 맞습니다.
It is far from begin a utopia, but by understanding it we can prepare for the dangers it conceals.
현대 측정경관은 유토피아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측정경관을 이해하면 그 속에 숨어 있는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Q. 선생의 성은 [kri:z]로 발음합니까, [kri:s]로 발음합니까?
A. ‘Crease’는 바지 주름이나 종이의 접은 자국을 뜻하는 영단어 ‘crease’와 발음이 같습니다.
Q. 선생의 학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Nathan Leoce-Schappin은 어떻게 발음합니까?
A. Nathan은 독일 사람이므로, 독일식으로 발음해야 합니다. ‘Nathan’의 ‘h’를 발음하면 안 됩니다. ‘nat-an’이 맞습니다. ‘Leoce’에서는 끝의 ‘e’를 비롯하여 모든 모음을 발음합니다. 그러면 ‘Lee-oo-chee’가 됩니다. ‘Schappin’에서는 끝의 ‘in’은 영단어 ‘in’처럼 발음하지 않고 ‘bean’의 ‘ean’처럼 발음합니다.
Without the capable help of Alissa Betz, Ann-Marie Monaghan, and Nathan Leoce-Schappin in the department office this manuscript would have been much delayed.
학과 사무실의 알리사 베츠, 안-마리 모니건, 나탄 레오체-샤핀이 아니었다면 원고를 제때 끝낼 수 없었을 것이다.
Q. 감사의 글을 보면 따님께서 선생이 올바른 차원에 있도록 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은 선생이 일에 빠져 있지 않고 가족을 돌보라고 졸랐다는 뜻입니까?
A. 아닙니다. 그보다는 애매하고 ‘형이상학적’인 뜻입니다. 올바른 생각의 틀을 가지고 인간적 의미에서 잘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일도 그중 하나입니다. ‘가족 대 일’은 절대 아닙니다. 주위 사람들은 저에게서 일과 삶을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My daughter, India, always made sure I was in the right dimension. 딸 인디아는 내가 올바른 차원에 있도록 늘 일깨워주었다.
(저자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가족 대 일’이라는 취지로 의역했을 것이다.)
Q. 후주에서 ‘at’는 쪽수를 일컫습니까?
A. 후주의 ‘at’는 인용문이 그 페이지에 있다는 뜻입니다. 후주는 출처와 페이지를 알려주고 인용문의 정확한 쪽을 표시합니다.
2 David N. Keightley, "A Measure of Man in Early China: In Search of the Neolithic Inch," Chinese Science 12 (1995), pp.18-40, at p.18.
2. David N. Keightley, “A Measure of Man in Early China: In Search of the Neolithic Inch,” Chinese Science 12 (1995), pp. 18-40, at p. 18.[역주: ‘at’은 인용문이 실린 쪽수를 가리킨다.]
Q. 선생의 책 『The Play of Nature: Experimetation as Performance』에서 ‘play’와 ‘performance’는 무슨 뜻입니까?
A. 그것이 책의 주제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play’는 호기심과 오락으로 참여하는 즉흥적 행동입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것처럼요. ‘performance’는 무언가를 실현하기 위해 절차나 행동을 훨씬 엄격하게 수행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음악가가 악보를 연주하거나 배우가 연극 공연을 하는 것처럼요. 그 책의 요점은 과학 실험이 그와 같다는 것입니다. 과학 실험은 일종의 무대 공연입니다. 실험의 모든 부분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더라도 상호작용을 통해 그 전에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됩니다. 자동적인 것은 없습니다(그렇게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요).
His previous books include The Great Equations: Breakthroughs in Science from Pythagoras to Heisenberg, The Prism and the Pendulum: The Ten Most Beautiful Experiments in Science, Making Physics: A Biography of 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 The Play of Nature: Experimentation as Performance, and The Second Creation: Makers of the Revolution in Twentieth-Century Physics (with Charles C. Mann). His translations include American Philosophy of Technology: The Empirical Turn and What Things Do: Philosophical Reflections on Technology, Agency, and Design.
저서로는 『위대한 방정식: 피타고라스에서 하이젠베르크에 이르는 과학의 혁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 가지』, 『물리학 만들기: 브룩헤이번 국립연구소의 일대기』, 『실험은 演이고, 자연은 戱한다』, 『제2의 창조: 21세기 물리학에 혁명을 일으킨 사람들』(찰스 C. 맨과 공저)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미국의 기술철학: 경험주의적 전환』과 『사물이 하는 일: 기술, 주체, 디자인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있다.
(국내 출간되지 않은 책의 제목을 번역하는 것은 의외로 힘든 일이다. 책의 내용을 모르면 엉뚱하게 오역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Q.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독자 한 분이 헌사 ‘측정할 수 없는 스테파니에게’가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하더군요. 헌사의 의미는 스테파니를 측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까, 측정할 수 없을 만큼 고맙다는 뜻입니까? 아니면 둘 다인가요?
A. 물론 둘 다입니다. 언어의 중의성이 가져다주는 아름다움이죠.
Q. 저는 ‘cornfields’를 ‘옥수수밭’으로 번역했는데, 한 독자가 중세에는 옥수수를 재배하지 않았으므로 ‘밀밭’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의 의견이 옳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그 글은 전적으로 비톨트 쿨라의 책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쿨라의 책이 한국에 번역되었습니까? 쿨라는 매우 정확한 표현을 쓰기 때문에, 중세가 아니라 근대 초기를 언급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폴란드어를 영어로 번역한 책을 읽었기 때문에 원래 단어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But the size of the unit depended on the crop; Catalonia had one journal for cornfields and another for vineyards. In Burgundy, the peasants measured "cornfields by the journal, vineyards by the ouvrée, and meadows by the soiture," all related to the labor put in them.
하지만 단위의 크기는 농작물에 따라 달랐다. 카탈루냐에서는 옥수수밭 주르날이 따로 있고 포도밭 주르날이 따로 있었다. 부르고뉴에서는 옥수수밭을 재는 단위는 주르날, 포도밭은 우브레ouvrée, 목초지는 수아튀르soiture였는데 모두 노동력을 기준으로 삼았다.
아래 링크를 보면, Pyong Son Chong 님이 제가 『측정의 역사』에서 ‘corn’을 오역한 것 같다는 의견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http://sumbolon.blogspot.kr/2013/06/blog-post_1732.html
노승영의 번역
노승영은 82쪽에 이런 번역문을 제시해 놓았다.
"카탈루냐에서는 옥수수밭 주르날이 따로 있고 포도밭 주르날이 따로 있었다. 부르고뉴에서는 옥수수밭을 재는 단위는 주르날, 포도밭은 우브레ouvree, 목초지는 수아튀르soirture였는데 모두 노동력을 기준으로 삼았다."
다루는 시대가 유럽의 중세고, 옥수수는 신세계 작물이므로 두 번 나오는 옥수수밭은 밀밭 같다. 영어 단어는 corn이 아닐까 싶다. 페이스북 소통 페이지도 있던데, 한 번 물어봐야겠다.
김상인도 에서 밀(corn)을 옥수수로 처리해서, 지적한 바 있었다.
서로 알려주고 확인해서 고칠 일이다.
'명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라'에 들어갈 내용이다.
‘corn’은 본디 곡물(또는 씨앗)을 총칭하는 단어이며 영국에서는 밀을 뜻하기도 하므로 무작정 ‘옥수수’로 번역해서는 안 됩니다. 일단, 제가 번역어를 선택할 때 고민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지적한 Pyong Son Chong 님께 감사드립니다.
위 블로그 글에 인용된 문장은 폴란드의 경제학자 비톨트 쿨라의 『척도와 인간Measures and Men』을 저자가 재인용한 것입니다. 『척도와 인간』은 폴란드어로 썼고 저자는 영어판을 읽고 인용했다고 합니다. 『측정의 역사』 81쪽에는 “특히 쿨라는 도량형이라는 렌즈를 통해 근대 이전 유럽의 성격과 역동성을 보여준다.”라고 쓰여 있고 옥수수는 1492년에 콜럼버스가 쿠바에서 유럽으로 전파했으므로, 스페인(카탈루냐)과 프랑스(부르고뉴)의 ‘옥수수밭cornfields’은 다른 작물을 지배한 경작지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Pyong Son Chong 님 말마따나 ‘밀밭’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척도와 인간』 폴란드어판을 확인할 방법이 없고 비톨트 쿨라는 1988년에 타계했기 때문에 여기서 ‘corn’이 ‘밀’을 일컫는다고 100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옥수수’보다는 ‘밀’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되므로 『측정의 역사』 정오표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