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게임』 옮긴이 후기

『머니게임』은 1968년에 출간되어 1년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유지한 책이다. 이후 <수퍼머니> (워렌 버핏을 세상에 알린 책이기도 하다), <페이퍼 머니>, <마음의 힘 Powers of Mind>, <포효하는 80년대 Roaring '80s> 모두 베스트셀러나 주요 도서 목록에 올라 있다. 이 책은 월스트리트의 흥미진진한 내막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으며 이 분야 글쓰기의 스타일을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번역한 <페이퍼 머니>보다 13년 전에 나온 책인데다가 주식을 주제로 하고 있어서 과연 2007년 한국의 현실에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한편 1971년에 출간된 <수퍼머니>는 2006년에 재출간되기도 했다.

이 책에는 흥미진진한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나는 중요한 두 사람의 신원은 알고 있다. 미스터 존슨(Edward C. Johnson II)은 1943년부터 1972년까지 피델리티 펀드를 이끈 인물이며 기술적 조사에 대한 열정과 적극적 투자 관리를 통해 시장 수익을 앞질렀다. 스카스데일 팻츠(Robert H. Brimberg)는 1960년대부터 투자 전문가의 네트워크를 형성한 인물이며 정기적인 점심 식사를 주관하면서 방문자들이 중립적인 포럼에서 다양한 투자 주제에 대해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게 했다. 이 밖에도 백만장자와 알거지 사이를 오르내린 해리, 뛰어난 차트 분석가이자 스미스의 친구인 앨버트, 소액투자자는 왜 항상 틀리는가를 보여준 '개미' 로버트, 2,500만 달러를 써버려야 하는 '가련한' 그렌빌, 코코아 투기를 통해 국제 선물 시장의 암투를 보여준 '위대한' 그렌빌, 미국 경제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취리히의 난장이', 그리고 위대한 경제학자였을 뿐 아니라 투기꾼으로서 놀라운 통찰력을 전해준 케인즈 등이 등장한다.

놀라운 사실은 앞서 말했듯이 출간된 지 40년이나 지난 책인데도 여전히 생생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책에서 잘 밝히고 있다. 주식투자의 본질, 즉 게임이나 투기로서의 성격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군중심리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차트 이론과 난보 이론, 주식상장을 통한 수익 창출, 주식 장기보유로 엄청난 손실을 겪은 뱅크로프트의 이야기, 퍼포먼스, 실버 달러에 대한 재무부의 거짓말은 <머니게임>의 출간 이후에도 반복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기업의 내부 주식 보유자가 큰 돈을 버는 과정은 1999년과 2000년 한국에서도 재연되었다. 벤처 열풍 뒤엔 복합 기업을 공모하는 시드니와 해리 삼촌이 숨어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한때 주식투자를 해본 적이 있다.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주식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큰 수익을 올렸다. 투자 금액이 워낙 적었던 탓에, 기분만 좋았을 뿐 가계에는 별로 보탬이 되지 못했지만. 첫 투자에서 재미를 보았지만 그 후로 다시는 주식에 손을 대지 않았다. <머니게임>을 번역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케인즈의 이 말 "전문 투자 게임은 도박의 본능이 없는 이에게는 견딜 수 없이 지루하고 고된 일이다."이 해답이다. 생각해보니 내 취미 중에 도박성이 있는 것은 전혀 없었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주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이유는 도박의 본능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턱뼈를 찾아다닌다. 로버트 아드리가 이 턱뼈를 통해 인류의 조상이 땅을 사랑하는 살인자라는 가설을 확립했듯 애덤 스미스는 주식시장의 정서적인 측면을 밝히고자 한다. 군중심리, 잉크얼룩, 환자면담 등을 통해 주식투자자의 심리를 밝히려는 저자의 노력이 성공했는지는 독자들께서 판단해보시길.

참고로 <머니 게임>이 출간되었을 때 <월스트리트 저널>은 표지 이야기 제목을 "시장이 비합리적이라고 여기는 신간 서적이 월스트리트에서 인기를 얻다"로 달았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아모스 트베르스키와 다니엘 카네만은 정량적 연구 방법을 사용하여 시장의 비합리성을 입증한 논문을 발표했다. 카네만은 심리학자이면서도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어쩌면 이것이 애덤 스미스가 찾고자 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였을지도...

현재의 애덤 스미스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는 AdamSmith.net을 방문해보기 바란다. 지구종말 시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인터넷 거품 시계(이 책 ‘지은이의 말’에 나오는 암흑 기사 비유를 떠올려보라), 절세에 대한 조언, 그가 출연한 TV 프로그램 ‘애덤 스미스의 머니 게임’의 스크립트 등을 볼 수 있다. 그는 2000년부터 중국, 러시아, 환태평양, 라틴아메리카, 인도, 이스라엘 등지를 돌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여담이지만 1995년 조지 굿맨은 ‘애덤 스미스’를 상표등록했고 미 상무부는 이를 받아들였다.